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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코드 : 97889419171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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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신앙과 영성에 대한 책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지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직접 다룬 책은 의외로 드물다. 『그리스도인-그 정체성과 죽음과 희망』은 원로 신학자 서공석 신부가 그리스도 신앙인의 정체성 및 인간의 죽음과 희망을 해석학적으로 성찰한 결과물이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예수-하느님-교회』 『신앙언어』 등 이전 저술들 안에서 깊은 신학적 통찰을 보여 준 저자는 본서에서도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오랜 기간 현대인의 감수성에 부응하는 신앙언어를 탐색하는 데 애써 온 저자의 노력이 원숙한 필치 안에 담겨 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한 해석학적 성찰
『그리스도인-그 정체성과 죽음과 희망』의 저자 서공석 신부는 해석학적 방법론을 통해 신학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국내 가톨릭계에서 아주 드문 신학자이다. 해석학적 성찰은 역사비평적 성서 연구의 성과를 수용하고 오늘의 맥락에서 신앙언어를 새롭게 해석한다. 신앙언어가 생성된 원래의 맥락과 오늘 우리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해서 의미를 탐색하기에 해석 주체인 인간과 언어의 역사성을 진지하게 고려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죽음과 희망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저자의 시좌는 다음 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스도인은 성서를 읽을 뿐 아니라, 성서를 해석하고 해설하는 언어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00년 혹은 3000년 전의 문서가 그 시대 방식으로 말하는 바를 오늘을 사는 사람으로서 해석하여 제대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29쪽)
우리 시대의 감수성에 부합하는 신앙언어를 찾고자 공을 들여 온 저자의 노고는 본서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현대인이다. 우리는 성서가 기록된 시대의 독자가 아니다. 시대가 달라지면, 같은 문서가 발생시키는 메시지도 달라진다.”(14쪽) 당연하게 들리는 이러한 발언을 곱씹어 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적지 않은 사목자들과 신학자들조차도 과거의 신앙언어를 그대로 반복하거나 교계적 권위에만 기대는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때로 해석은 고통스런 작업일 수 있다. 그러나 해석이라는 수고스런 작업을 회피해 버리면 새로운 메시지를 발생시키기 어렵다.
서공석 신부의 글은 간결하며 신앙의 핵심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깊은 사유의 결과를 압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읽는 이의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친절하게 신앙언어를 안내하고 있지만, 친절하다는 것이 꼭 쉽다는 뜻은 아니다. 본서는 신학 책이면서 묵상 서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잠시 책을 덮고 묵상으로 인도하는 시간을 접하게 될 것이다. 헌신적인 원로 신학자의 원숙한 사유와 성찰이 초대하는 곳은 자비와 자유의 숨결이 흐르는 공간이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세상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자비와 긍정의 숨결을 들으며, 그 자비와 긍정의 숨결 안에서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체험한다.”(서문)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자유를 읽는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고통당하는 이, 소외당하는 이들과 연대성을 사는가, 아니면 가해자와 소외시키는 자 편에 서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가난한 이와 버려진 이를 위한 선호적인 사랑 안에 하느님의 지고하신 자유가 긍정된다.(95쪽)
오늘의 세상에서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실천이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 되게 하는가? 세상의 희망과 고통에 대하여, 인간이 맺는 모든 관계에 대하여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요청받으며 비그리스도인과 무엇을 공유하는가? 그리스도 신앙언어는 인간의 죽음과 희망에 대하여 어떤 말을 하는가? 진지한 신앙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사려 깊은 권고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을 묻는 이들, 신학도들, 그리스도교적 영성을 찾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가난한 이와 버려진 이들을 위한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지고하신 자유를 읽어 냅니다. 그것은 아무런 전제 조건이 없는 사랑입니다. 인간이 지닌 인과응보의 질서를 넘어 자비와 용서의 질서 안으로 사람을 인도하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은 하느님의 질서 안으로 사람을 도약시키는 일입니다.(6쪽)
하느님이 우리 안에 계시다는 사실은 우리가 감동으로 느낄 수 있는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갑작스럽거나 극적인 회두回頭로 유도하지 않으며, 어떤 영웅적 비상함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그분의 현존은 우리가 기도나 전례 안에서 감동으로 체감하는 사실도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일상 안에 계신다. 따라서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 하느님의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복음서가 우리에게 알려 주는 바다.(27쪽)
신앙은 인류를 혹은 동료 인간을 외면하고 하느님을 생각하는 길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이 주는 소외와 이기심 내지 자기 긍정에서 해방되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유롭기를, 곧 투신하고 헌신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인류 역사 안에 내재하는 구원의 보편성이다.(100쪽)
세상과 인류 역사가 구원의 장소이다. 세상과 인류 역사 안에서 구원이 실현되고, 그곳에서 구원이 거절당하는 불행이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 밖에 구원 없다’는 말을 한다. 우리의 역사는 창조된 세상 안에서 전개된다. 세상은 하느님이 사람들을 매개로 구원 행위를 하시는 무대이다.(107-108쪽)
죽음은 냉혹하다. 그것이 다가오면, 인간은 그것을 부당한 일이라고 느끼며 그것에 저항한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겪는 죽음은 나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인간 각자에게 죽음은 처음으로 겪는 일이다.(114쪽)
사랑은 모든 실재의 의미, 목표, 근본이다. 사랑은 그저 있기만 하지 않는다. 사랑은 언제나 거듭거듭 자신을 실증해 보인다. 사랑은 언제나 반복해서 이기심을 이겨 낸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그것의 깊은 의미와 근본이 궁극적으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170쪽)
서문
제1부 그리스도 신앙인의 정체성
들어가면서
1. 그리스도인
2. 그리스도인의 의식
3. 그리스도 신앙의 특성
4. 그리스도 신앙인의 다양성
5. 인류 역사 안에 살아온 그리스도 신앙인
6. 신神이라는 단어
7. 그리스도 신앙인으로 사는 것
나오면서
제2부 인간의 죽음과 그리스도 신앙의 희망
들어가면서
1. 죽음, 참다운 삶으로 난 통로
2. 죽음이라는 모순
3.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4.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희망
5. 그리스도 신앙인의 희망인 ‘하느님 나라’
나오면서
참고 도서
지은이 : 서공석
1964년 파리에서 사제로 수품되었다.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석사(1965), 교황청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신학박사(1968) 학위를 취득했다. 광주대건신학대학(현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부산 메리놀 병원장,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고 부산 사직성당 주임신부로 봉직하다가 2004년 10월 은퇴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예수-하느님-교회』 『디오그네투스에게』(역주) 『신앙언어』 『고통의 시대, 자비를 생각한다』(공저) 『교부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공저) 외 많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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