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예수님의 눈으로 문화를 읽다

2020년,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시달리고 있다. 전세계를 뒤덮은 ‘팬데믹’은 국가와 인종, 종교를 막론하고 인류를 마스크로 가려진 비대면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초유의 전염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사람들은 이제, 서로 만남을 꺼리고 모이기를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이제 신앙생활의 모습이 거룩한 공간인 성전에 모여서 거행하는 예배에서, 각자의 일상 속에서의 실천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현상을 일러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일상’이라고 부른다.

뉴노멀은 새로운 ‘문화’이다. 낮설지만,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 일상의 문화이다. 세상 속에서 사는 종교는 이제 뉴노멀에 적응해야 한다. 교회의 사목과 선교도 이러한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익혀서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늘날 ‘삶의 방식’이란 바로 ‘문화’를 의미합니다. 교회는 복음이라는 변하지 않는 하느님의 말씀을 문화라는 맥락을 통해 선포합니다. 따라서 사목자는 신자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이라는 문화를 통해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해주는 하느님 나라의 매개자가 되어야 합니다.”

복음, 하느님의 말씀, 예수님의 눈으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 즉 ‘문화’를 읽고 복음을 매개하려는 것이 ‘문화사목’이다.
‘문화를 읽어주는 예수’라는 제목의 이 책은 ‘문화사목’의 이론과 실제를 담고 있다. 복음으로 문화를 읽는 방법과 사례, 교회 문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교회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원리와 적용 방법들을 제시한다. 다양한 문화사목적 시도들을 깊이 있는 이론과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분석, 평가하고 권고한다.

문화사목, 신앙 공동체의 새로운 길

코로나19로 위축된 신앙 공동체,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해 신자들은 어떻게 신앙생활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저자가 주임신부로 사목하는 청담동본당에서는 팬데믹 사태 속에서 오프라인 소공동체 모임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카카오톡 단톡방을 활용한다. 한 반모임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한 것이 전체 본당으로 확산됐다. 어쩔 수 없이 비대면이 강요된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반모임’은 공동체 구성원간의 친교와 일치를 다지는 새로운 교회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저자가 이전에 사목하던 본당에서는 본당 ‘단체박람회’를 개최했다. 성당 마당은 각 단체의 홍보 부스와 플래카드로 채워졌고, 온통 신자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박람회에서 새로 단체에 가입한 신자 수는 무려 300여 명에 달했다. 미사에만 오가던 많은 신자들은 단체 활동을 통해서 교회 생활에 보람과 흥미를 느끼게 됐고, 본당 공동체의 활력은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저자는 본당 사목자로서 다양한 문화사목의 방안들을 실천해왔다. 청년해외성지순례 프로그램은 개인주의적인 청년 신자들이 봉사와 이웃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고 신앙생활로 승화하도록 했다. 신심서적 읽기, 독서 포럼과 독서 콘서트 등을 통해 신자들이 교회 서적들을 가까이 접하도록 함으로써 영성적인 깊이를 더하도록 했다.

이러한 모든 사목적 시도들은 현대 사회와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곧 ‘문화’를 읽어 이를 사목과 선교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식의 권위주의적이고 강요된 가르침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복음화의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문화’적 접근이기 때문이다.

문화사목의 경험들을 망라

이 책은 이처럼 사목과 선교에 문화적 접목이라는 시도를 통해 얻은 경험을 글로 녹인 것이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디지털 시대의 신앙생활’에서는 일상화된 디지털 문화가 교회와 신앙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고, 또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제2장 ‘사목과 문화의 만남’에서는 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본당 사목을 소개한다. 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문화사목들이 어떻게 본당에서 실천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제3장 ‘신앙과 문화의 만남’에서는 다양한 문화 속에서 올바른 신앙생활로 나아가도록 몇 가지 길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제4장 ‘복음으로 문화 읽기’에서는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복음의 빛에 비추어 비판과 정화,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가톨릭신문 칼럼 ‘신앙인의 눈’에 실린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들이고, 나머지 글들은 서울가톨릭경제인회 잡지 ‘샘물’에 기고한 것들을 모은 것이다. 신문과 잡지에 실린 글들인 만큼, 시의성과 생생한 현장감이 탁월하다. 무엇보다도, 신자들이라면 모두 체험하는 일상적인 신앙생활의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책 속으로

“오늘날 문화의 시대에 걸맞는 본당 사목의 문화적 접근은 아주 자연스런 과정입니다. 사회문화적 시각과 감각이 본당사목과 신앙생활에 스며들 때 새로운 교회문화가 계속해서 생성되고 정착 될 것입니다. 새로운 교회문화가 만들어지려면 ‘새로운 복음화,’ ‘새로운 사목’의 실천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1983년 남미를 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새로운 복음화의 특징으로 언급한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을 실현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의 교회는 더욱 더 이러한 특징들을 살려 새로운 사목을 창출하고 새로운 교회문화를 형성하여 신자들이 하느님 나라를 꾸준히 추구하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 3-4쪽, ‘머리말’ 중에서

“본당의 소공동체 모임이나 레지오가 미사와 일체의 활동이 중단된 때조차 카카오톡으로 반모임과 레지오 주회를 해왔고, 사제들은 개인 SNS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신자들에게 말씀을 전달하는 ‘온라인 사목 활동’을 펼쳐 왔다. 서로 이어주고 연결해주는 디지털 문화, 그 중에서도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온택트 문화사목’은 개인, 단체, 교회 전체의 소통과 교류를 활발하게 하여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이라고 확신한다.”
- 12-13쪽, ‘디지털 종교의 부흥’ 중에서

“대중문화와 그리스도교는 의미 경험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공통된 ‘의미 경험’이라는 문화를 통해 대중문화와 그리스도교 사이의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다. 대중문화의 영성은 하느님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리스도교 영성은 대중문화를 통해 의미 경험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침체되어 가는 청소년 사목이나 청년사목을 대중문화와 접목하여 문화적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떠오를 것이고, 사목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 70쪽, ‘교회는 대중문화와 소통해야 한다’ 중에서

“성당 공간의 문화적 활용은 궁극적으로 복합성이라는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당 공간은 도시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사와 전례의 장, 평생교육의 장, 예술 문화의 장, 친교와 일치의 장, 복지문화의 장, 청소년문화의 장이 복합적으로 실천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 사목과 열린 사목이 전제되어야 한다.”
- 78쪽, ‘복합 종교문화 공간으로서의 성당’ 중에서

“신자들 중에는 다양화된 영성 강좌나 성경 공부, 피정이나 성지순례 프로그램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유명 강사 신부나 수녀를 쫓아다니며 신앙 성숙보다는 자기만족이나 세속적 행복만을 위한 ‘영성쇼핑’을 즐기는 영성 소비자로 변질되기도 한다. 영성 프로그램 생산자는 영성 소비를 확산하기 위해 세속적인 치유와 감성 코칭 형식을 도입하다보니 신앙의 본질은 사라지고 영성은 상품화될 뿐이다. 교회는 자본과 소비의 관점에서 벗어나 신자들을 참된 신앙으로 이끄는 현대 영성을 계발해야 한다.”
- 149쪽, ‘신앙 없는 영성 시대’ 중에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관계없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따르고 소비한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소비문화가 우리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우리가 가난과 겸손을 강조하는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을 듣고 따르는 방식으로 소비할 때 교회와 그 구성원의 정체성이 강화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반면에 그분의 이미지만을 소비하면서 열광한다면 결코 채울 수 없는 욕망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분명 이 시대 새로운 복음화의 모델이기에 우리는 그분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예수님을 닮아가는 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 208쪽, ‘교황님을 소비하기’ 중에서

머리말 / 3

제1장 디지털 시대의 신앙생활

디지털 종교의 부흥
슬기로운 스마트폰 생활
연결과 소통을 위한 온라인 사목
TV방송미사, 은총을 체험하는 시간
본당에서 소통은 잘 됩니까?
디지털 시대의 신앙생활
미디어 시대에 <행복한 왕자> 다시 읽기38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기
미사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좋은가?
교회와 스마트쉼 문화운동
침묵이란 동굴에 들어설 때

제2장 사목과 문화의 만남

가톨릭 문화 콘텐츠 시대
교회는 대중문화와 소통해야 한다
교회 안의 성역할 고정관념 
복합 종교문화 공간으로서의 성당 
본당을 활성화시키는 단체박람회
공동체 회복을 위한 칭찬사목
성지순례에 대한 성찰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성지 
청년사목의 대안, 해외봉사활동 
내 이웃은 누구인가? 
이제 본당은 해외선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혼과 정신의 양식인 독서
책 읽어주는 사제
영유아를 위한 ‘아가책사랑’ 운동
본당 우리농매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제3장 신앙과 문화의 만남

1인 가구 시대, 새로운 사목의 도전
거룩함이 일상이 될 때
새로운 소공동체의 출현
가정사목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신앙 없는 영성시대
교회 안의 연고주의
상처 입은 치유자
노년의 영성
대부모 되기를 원치 않는 신자들
박사 위에 봉사 있다 
어서와~ 예비신자교리는 처음이지?
행동으로 하는 기도
자기노출을 위한 고해성사 

제4장 복음으로 문화읽기

가톨릭 인문학이 필요한 시대
교회는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교회와 쇼핑몰 
종교의 상품화 
교황님을 소비하기
광장문화 시대의 교회
생명운동의 대안인 태교모임
생명의 맥도날드화
윤리적으로 소비하기
에덴의 동쪽
상생을 위한 나눔 문화
지역사회의 난민센터 수용을 바라며
언론이 좌우하는 난민 이미지
종교간 대화로 세계 평화를
살아 있는 기억매체

지은이 :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신부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원장

1985년 사제품을 받고 일산·신수동·역촌동·불광동본당 주임신부를 역임했고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한인본당에서 교포사목을 했다.
1997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매스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여 년간 한국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총무를 맡아 사목과 문화를 접목한 문화사목의 새 영역을 개척해왔다.
가톨릭평화방송 TV 주간과 한국언론학회 ‘종교와 커뮤니케이션’ 분과장을 역임했고 서강대와 가톨릭 신학대학에서 매스컴을 가르쳤다. 2009년부터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종교방송의 공익적 성격에 대한 분석’, ‘매스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홍보수단에서 미디어문화로’,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사상에 따른 신학과 커뮤니케이션의 관계’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본당사목, 문화를 입다: 문화사목의 이해와 실제」(평사리,2017), 「행복한 사람들」(서교, 2015), 「아홉 성자의 선교 이야기」(평사리, 2009), 「디지털 시대의 문화복음화와 문화사목」(평사리, 2008)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복음화와 커뮤니케이션」(가톨릭출판사, 2009)과  「교회쇄신과 매스컴」(가톨릭출판사, 2005)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