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현실 가족에게
힘과 위로가 돠는 사례들
가족은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동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각 구성원은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지원하여 안정감을 느끼는 가운데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대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가족 사이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갈등이 발생한다. 경제, 구성원 간의 성격 및 가치관의 차이, 역할 분담, 소통의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서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으로 ‘칼로 물 베기’라는 부부 싸움의 경우, 나이와 역할을 불문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 등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특히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사춘기 자녀는 부모에게 때로는 모질게 굴기도 하고 가시 돋는 말을 하여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모는 상담 등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해 보지만, 때로 응답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법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은총은 마지막에 터지더군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복잡한 마음 때문에 그냥 잠이 들고 말았어요. 그러다 얼마쯤 잤을까! 화들짝 깨어 눈을 떴더니, 아벨이 차창 밖을 보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미안하다며 천천히, 지난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사실 ‘학교에 왕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몇 번 도와준 적이 있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자신도 왕따가 되더라.’라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어 아빠에게 묻고 싶었지만 왠지 아빠는 왕따 친구를 친구로 삼은 것 자체를 야단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래요. 그 후로 학교도 싫고, 공부도 싫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그런 마음도 모르고 공부 안 한다 야단만 친 내가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닦아 주고, 등을 두들겨 주었어요. 그랬더니 아들 녀석이 제 품에서 한참을 우는 거예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찢어지는 것 같아 그만 같이 울고 말았어요. 달리는 기차 안에서 부자가 서럽게 엉엉 울었어요.”
-인내 속에 싹튼 깊은 신뢰, 50-51쪽
친숙한 입말로
친구의 목소리처럼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는 유난히 대화체 입말이 많다. 외래어나 전문 용어 같은 소위 ‘있어 보이는’ 단어를 마구잡이로 나열한 현학적인 문장은 끼어들 틈이 없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사연을 바로 옆에서 친구의 목소리처럼 가장 친숙한 입말로 전한다. 독자는 마치 오디오로 듣는 듯한 친숙한 입말을 통해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인생 수업’을 듣게 된다.
차가운 사회, 힘겨운 현실 속
함께하는 따스함, 그 울림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는 나름 성실히 살아가는 갑남을녀가 이유를 알지 못하고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묵상을 함께 나눈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착하게’ 산 사람이 겪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독자와 함께 신에게 묻기도 한다. 저자는 그 고통에 대한 해법은 하느님만이 아시지만, 우리가 함께하며 서로 도울 때 고통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전한다.
기적 같은 장례 미사가 다 끝나고, 모든 신자분들은 그 부부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고, 아름다운 청년 시몬의 누나 안나도 눈물 어린 밝은 표정으로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모두가 다 떠나고, 조촐하게 식구들만 남아 있는 자리에서 그 과묵한 부부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신부님, 지금 너무 슬픈데…, 너무 슬픈데…, 그런데 기뻐요. 비록 제 소중한 아들을 하느님께 보내 드린 이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제 아들이 하느님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이 길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서 기도를 해 주시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도 아는 분이 없는 이곳에서, 외로운 장례를 치를 줄 알았는데… 사랑이 충만한 장례를 치를 수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너무 슬픈데 기뻐요, 25-26쪽
백여 명의 배우자와 함께하는
이색 가족, 수도 가족 속 깨달음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서 저자는 새롭게 맺어진 가족인 수도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30년을 훨씬 넘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일원으로 산 저자는 본문의 해당 부분 집필 당시 90여 명의 형제들과 함께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다(2023년 현재는 약 130명). 수도생활은 세상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가족을 떠나 그리스도교적 이상을 실현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며 사는 삶이다. 하느님을 향해 가는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삶이다. 하느님만을 생각하기에도 벅차지만, 인간이기에 때로는 회한의 마음이 들기도 하고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원장 수사님이 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 축복식 때 우리 어머니가 오셨어. 내가 말씀을 안 드렸기에 어머니가 오시는 줄도 몰랐지. 그러다가 오전에 행사가 시작되기 전, 어느 연세 많으신 분이 두리번두리번 어딘가를 찾으시는 거야. 그분의 뒷모습을 보고 찾는 곳을 안내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혹시 어디를 찾으십니까?’ 하고 물었지. 그런데 어르신이 고개를 돌리시는 순간, 그분이 우리 어머니였던 거야. 우리 어머니! 나는 어머니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분이 내 어머니라는 사실을 몰라봤던 거지. 내가!”
-멀리서 뒷모습만 보고 부모님을 알아볼 수 있을까?, 235쪽
그 성당을 나오자마자, 무의식중에 목에 있는 로만 칼라를 뺐습니다. 이 장면 또한 놓치지 않은 조카가 또 물었습니다.
“삼촌, 지금은 왜 칼라를 빼는데?”
“아, 자유롭게 식당을 찾아 밥 먹으려고.”
“삼촌. 근데 이렇게 칼라를 안 할 거면 성당 마당에 주차는 왜 했는데?”
“아, 그건 로만 칼라를 하고 성당 마당에 주차하면 신부님들에게 주차비를 안 받거든.”
“삼촌, 그러면 삼촌 흰색 칼라가 주차권이야?”
‘헐…!’ 양심이 순간 ‘훅’ 하고 가슴을 찔렀습니다. 조카의 말에 자존심도 꺾고 목에서 뺏던 로만 칼라를 다시 끼웠습니다. 그리고 로만 칼라를 한 채 식당을 찾았고, 그런 다음 우리는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 아무도 저와 조카에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저 혼자만 괜히 행동이 부자유스러웠습니다. 또한 밥 먹는 내내, ‘삼촌, 로만 칼라가 주차권이야!’ 하던 그 말이, 뭔가에 체한 듯 목구멍에 걸려 있었습니다.
-조카와 로만 칼라, 316-317쪽


머리말 4
1부 너무 슬픈데, 기뻐요
너무 슬픈데, 기뻐요 16
수사님 성소의 ‘비밀’ 27
어머니 마음속에 감춰 둔 하느님 사랑 34
인내 속에 싹튼 깊은 신뢰 45
아내의 짝사랑 53
엄마와 명함 57
숨만 쉬어 주렴 61
뜨거운 눈물 65
순교자 이끝순 할머니 73
호상好喪이란 없습니다 80
외동딸 유명 배우에게 시집 보내기 87
죽을 때까지 성당 가야 한다꼬예? 90
아버지가 준 성인식 선물 94
2부 고등어 맛있게 먹는 법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좋은 경험 100
남편은 사랑덩어리 106
진심을 담은 사과 109
편안한 관계 만드는 비법 112
행복하고 싶어요, 정말! 115
부부는 하느님의 가락지 118
내 생각대로 내 방식대로 121
작은 틈이 거대한 배를 침몰시킨다 124
부부 상처 누구 탓? 127
언변 좋은 남편과 활달한 아내 130
괜찮은 노후 보험을 소개합니다 133
배우자의 열등감에 귀 기울이기 136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부부 139
부부 가치관 142
칠십 대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146
고등어 맛있게 먹는 법 149
신혼여행의 첫 기억 152
구역장 아내가 준 감동 155
훈훈한 다짐 159
25주년 맞은 부부의 걷기 연습 163
성수 선물 172
정서적 탯줄 끊기 176
사춘기 언어에 놀라지 않기 179
엄마 아빠 말이 서로 달라요 182
성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85
3부 봉헌은 간절함이다!
부부 싸움에 자녀 속 터진다 190
지나친 관심은 불신을 키운다 193
아이들 생각 따라가기 196
어느 엄마의 꿈 이야기 200
사춘기라는 선물 204
아이가 훨씬 낫네요 208
넘어진 아이를 위한 사랑 212
사랑에도 주의 사항이 있다 214
배우자 아흔 명과 함께 사는 사람 218
언어폭력 221
소탈하게 털털하게 천천히 224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 227
손맛으로 기억되는 본질적 사랑 231
멀리서 뒷모습만 보고 부모님을 알아볼 수 있을까? 234
오늘은 나, 내일은 너 237
봉헌은 간절함이다! 241
따뜻한 생일 파티 244
폭염과 에어컨 247
놀라운 주문 251
어느 모자母子의 저녁 식사 255
사죄경과 정화수 259
그 한 분! 263
4부 진심 담은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꾼다
나의 아버지, 하느님 272
얘야, 편안히 숨 쉬렴… 276
가족, 그 큰 사랑의 힘 280
어느 사제의 아름다운 데이트 288
딸 X 며느리 O 292
누나 수녀님의 편지 295
신부神父 조카의 결혼식 299
천주교 믿어 봐야 별 거 있겠어? 303
매일 미사 대회 310
조카와 로만 칼라 314
어머니의 미소 318
아하 그렇구나! 322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 330
행복한 착각 338
진심 담은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꾼다 341
지은이 : 강석진 요셉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수도 사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에 1988년 입회하여 1997년에 종신 서원을 하였으며, 1998년에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상담 심리를 공부했고, 가톨릭대학교에서 역사 신학을 전공했습니다. 저서로는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가족 편, 관계 편), 『순교, 생명을 대변하는 증거』가 있고, 공동 저서로는 『광희문 밖 794위 순교자들』, 『가족과 회장』, 『순교의 신학적 고찰』이 있으며, 다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생활성서」, 「경향잡지」, 「사목」 등의 월간지에도 한국 교회사 관련 글을 게재했습니다. 현재는 전주 교구 내 ‘개갑 순교 성지’(전라북도 고창 소재)에서 성지 담당과 함께 성지 영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을 위한 영적인 봉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