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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코드 : 97889763541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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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보여주신 사랑, 그 구원의 역사를 산책하는 시간
책 속에서
두드러진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마르둑은 신들을 위하여 천지를 만들었고 인간의 창조 역시 신들의 노동을 대신하게 하려는 목적에서였다. 그에 비해 하느님은 피조물들을 위하여 세상을 창조하셨기에 창조의 중심에는 ‘신’이 아닌 ‘피조물’이 있다. 둘째, 마르둑은 혼돈의 물과 전쟁하여 그를 꺾고 세상을 창조하였다. 그에 비해 하느님은 누구도 꺾으실 필요 없는 유일신으로서 세상을 창조하셨다. 곧 창세 1장에는 전쟁 모티프가 빠져 있고 물은 중립적 존재로 등장한다. _18
에덴동산은 성경에서 마지막 시대에 도래할 이상적인 이스라엘의 청사진으로도 기능하였다. 독일 학자 헤르만 궁켈은 이를 ‘마지막 때Endzeit’는 항상 이상적인 ‘처음Urzeit’으로 되돌아간다는 이론으로 설명하였다. 이런 회귀 모티프는 이사야서에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11,1-9은 다윗의 후손 메시아가 세워지는 날, 세상에 일어날 화해에 대해 예고한다. 65,25에서는 새 창조가 이루어지는 날(17절) 인간과 짐승 사이의 적대감이 사라지고 에덴에서처럼 모든 생명체가 평화롭게 공존하리라는 신탁을 전달한다. _45-46쪽
기원후 1세기 요세푸스의 저서 《유다 고대사》(1,74)에는 노아가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노아는 회개를 촉구하고 심판이 닥쳤음을 알리는 구실을 했으므로 그리스도의 예형이 된다(루카 17,26-27 참조). 노아는 종말의 재앙에서 살아남아 인류를 구하고 하느님과의 화해를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1베드 3,18-22에서는 노아가 물의 재앙을 극복했듯이 그리스도인들도 물로 받는 세례로써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풀이하였다. 노아의 방주는 세상 속을 항해하는 교회의 상징이 되어준다. 홍수 물이 말랐는지 확인하려고 노아가 날려 보낸 비둘기는 성령의 예표다. 예수님이 세례 받으실 때도 성령이 비둘기의 모습으로 물 위에 임하였다. _65-66쪽
그리하여 야곱은 이스라엘이 되었고, 새롭게 태어난 야곱에게서 이스라엘 민족이 탄생했다. 다만 아브람은 아브라함이 된 뒤 아브람의 이름으로 되돌아간 적이 없지만, 야곱의 이름은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뒤에도 야곱의 천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암시해준다(단적인 예로, 그는 아들들 가운데 요셉을 편애하였다: 창세 37,3 참조).130 언뜻 보기에는 에사우와도 화해한 듯 보였으나 에돔과의 적대 관계도 끝까지 사라지지 않았다(12. 에사우와 에돔 참조). 하지만 우리 세상에 완벽한 존재가 있을까? 하느님은 개개인의 모난 점을 갈고 닦아 세상의 모자이크 안에 들어갈 수 있게 이끌어주시는데, 이를 보여주는 한 예가 야곱이라 하겠다. _139쪽
창세 37-50장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한 구절로 응축된다. 야곱의 아들들은 악을 꾀했지만 하느님께서 선으로 바꾸셨다는 것이다(50,20). 그 과정에서 요셉과 형제들은 한층 성숙해졌다(42,21-22 참조).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이는 요셉과 유다로서 이 둘의 후손이 이후 이스라엘의 남북 왕국을 다스리게 된다. 하지만 요셉은 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성조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느님이 그에게 직접 계시하셨다는 말도, 그가 주님께 제단을 봉헌하였다는 보고도 나오지 않는다. 요셉 스스로 고백하듯이(45,7-8) 그는 야곱 집안이 기근에서 살아남도록 돕는 도구 역할을 했던 것이다. _149쪽
희년은 서로를 형제처럼 대하게 하고, 재산을 더 많이 축적하려는 욕심에서 벗어나게 한다. 어느 누구도 너무 부유해지지 않고 또 가난의 악순환에도 빠지지 않게 하니, 하느님 나라가 그와 같을 것이다. 재물을 땅에 쌓지 말라는 가르침(마태 6,19-21)도 희년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하느님께 속한 것은 하느님께 돌리라’는 마태 22,21의 말씀처럼 내 소유가 본래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할 때, 기꺼이 일부를 잘라 이웃과 나눌 수 있고 하느님 나라에도 가까워질 수 있음을 희년 율법에서 배우게 된다. _240-241쪽
성경에서는 하느님이 혼돈의 물인 갈대 바다를 제압하고 파라오의 군대를 꺾으신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성소가 지어졌으며(탈출 15장, 특히 17-18절 참조), 넓은 의미에서 이 성소 건립은 창세 1장에 서술된 천지창조의 완성에 해당한다. 주님께서 드디어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에 거처를 정하신 것이다. 그분의 성소를 가까이서 섬기는 이스라엘은 사제들의 민족(탈출 19,6)이 된다. 이스라엘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장면은 탈출 24장 전반부에 묘사되는데, 이때 모세는 피를 뿌리며 백성을 성별하였다(8절 참조). 이스라엘을 ‘성별하였다’(탈출 31,13)는 말은 그들을 다른 민족들과 ‘구분된’ 겨레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_286쪽
여호수아는 본디 이름이 호세아이지만 모세가 바꿔 붙였다(민수 13,8.16 참조). 이름을 붙여주는 일은 상대에 대한 지배권을 상징하는 행위다. 모세의 시종으로 활동을 시작한 여호수아(신명 1,38 참조)를 하느님이 모세를 높이시듯 높이신 곳은 요르단강에서다(여호 3,7; 4,14 참조). 사제들도 여호수아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3,8 참조). 곧 이때 여호수아가 길을 알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3,4 참조)을 이끄는 지도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여호 4,14은 백성이 모세를 경외하듯이 여호수아를 경외하게 되었다고 밝혀 그가 모세의 후계자임을 알린다. _330쪽
임금이 공정과 정의를 선포하고 실천하는 관습은 고대근동에 먼저 존재하였다. … 다만 고대근동과 이스라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고대근동에서는 공정과 정의의 실천이 전적으로 임금의 의지에 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그곳의 임금들은 주로 백성의 환심을 사려고 실행하였지만, 이스라엘에서는 하느님이 정하신 법으로 규정된다. 애초에 공정과 정의를 행하신 분이 하느님이시기에 이스라엘 임금은 그 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_415-416쪽
포도나무가 이스라엘 백성의 상징이듯이 하느님은 포도나무·포도원 주인으로 종종 묘사되는데(이사 5,1-7; 예레 2,21 참조), 시편 80,9-10에서는 이집트 탈출 사건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이 이집트에서 뽑아와 가나안에 심으신 포도나무’라고. 게다가 포도나무는 개체 수를 늘릴 때 파종 대신 꺾꽂이(삽목)를 주로 하지만, 성경에서는 이스라엘이 하느님께서 씨앗부터 심어 키워내신 존재임을 강조한다(예레 2,21 등 참조). _447
저자의 말
지은이: 김명숙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같은 학교에서 구약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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